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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종합상담소’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유성훈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증 발병 위험도 높다. 달고 짠 음식을 먹으면 왜 안 되는지, 약 복용이나 수술 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유성훈 교수가 과하다 싶을 만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유다. 주치의와 마주 앉아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환자들의 건강은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 글. 윤진아 사진. 김재이 당뇨병, 아는 만큼 보인다 유성훈 교수는 2016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 합류하여 꾸준히 환자들을 만나오고 있다. 진료과 특성상 만성 환자가 많다 보니 7~8년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환자도 많고, 유성훈 교수를 따라 타 지역에서 이곳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까지 ‘원정’ 진료에 나서는 외래환자도 많다. “오늘 오전만 61명의 환자를 진료했어요. 특히 당뇨병은 만성 질환인 터라 환자 수가 많은 편이죠. 환자들과 눈을 맞추며 가능한 한 오래 대화도 나누고 마음도 편하게 해드리려고 노력하지만, 제한된 일정에 많은 분을 진료하다 보니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해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확진 전 단계인 고위험군까지 포함하면 당뇨병 위험 인구는 천만 명에 달한다. 당뇨병의 원인은 환자마다 다르다. 당뇨병의 유형에 따라 치료도 달라진다. 인슐린 생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주사 치료가 생존에 필수적인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우선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혈당이 불충분할 경우 약물이나 인슐린 주사로 인슐린을 보충한다. 또, 같은 당뇨 환자라도 노인은 감염에 취약하며 낙상 위험이 높아 특별 관리가 필요하고, 임신성 당뇨는 산부인과와의 협진이 필수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당뇨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떠오르는데요. 중학생 때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는데, 초반에 치료를 제대로 못해 온갖 합병증이 다 온 케이스죠. 투석을 계속하며 힘겹게 투병 중이지만 합병증으로 한쪽 시력만 조금 남은 상황이에요. 당뇨병은 가족 간의 유대가 특히 중요한 질환인데 결손가정에서 이렇다 할 보살핌 없이 투병하다 보니, 환자가 저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저와 만난 건 합병증이 오기 직전 무렵이었는데, 더 빨리 개입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죠.” 만성질환과의 전쟁,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죠!” 당뇨는 진행성 질환이다. 지금은 맞는 약이 몇 년 뒤에는 안 들을 수 있고, 인슐린 분비 능력이 바뀔 수도 있고, 저항성이 올라가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공복 혈당, 식후 혈당, 당화혈색소 등의 수치를 보고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서는 건전한 식단과 적당한 운동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포괄적인 관리가 중요합니다. 환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어떤 약물보다도 중요하죠. 그래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확인한 환자의 생활습관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바꿀 수 있을지 매순간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처방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은 의사와 환자가 평생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먼 훗날, 살갑게 보살펴준 주치의였다고, 자신의 일처럼 온 정성을 다해준 의사였다고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말에 힘이 실린다. 바쁜 일정 틈틈이 짬을 내어, 며칠 전에는 구리보건소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당뇨병 예방 건강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치료 시기를 놓치기 전에 제대로 진단해줄 의료진이 환자 곁에 가깝게 있어야 해요. 환자 한 명 한 명과 식습관부터 불편한 점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지요. 다 죽어가던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병원에 들러 행복하게 사는 얘기를 들려주실 때마다 ‘의사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한 번 더 친절히 설명하고 한번 더 신중히 치료법을 고민하며,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미국갑상선학회지 ‘Thyroid’ 저널 표지논문 선정 유성훈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학대학 졸업 후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웨덴 Uppsal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수석부총무, 대한노인병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간사 등 활발한 학회 활동도 병행 중이다. 최근 유성훈 교수팀의 논문이 미국갑상선학회지인 ‘Thyroid’ 저널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논문 주제는 ‘G4 면역글로불린 항체가 그레이브스 안병증(갑상선 안병증)에 미치는 임상적 의미’로, 유성훈 교수와 한양의대 동문이기도 한 이성진 교수(한림대학교 내분비대사내과)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다. 이 연구 결과는 향후 그레이브스 안병증 환자의 조기 발견 및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유성훈 교수는 새롭게 진단된 그레이브스병 안병증 환자의 G4 면역글로불린 항체를 정상인 및 안병증이 없는 그레이브스병 환자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G4 면역글로불린 항체의 상승이 안병증 발생에 뚜렷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레이브스 안병증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흔한 합병증으로 25~50%까지 보고되고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어요.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이 조심해야 할 합병증 중 하나가 바로 한쪽 혹은 양쪽 안구가 돌출되는 ‘안병증’인데요. 갑상선 질환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할 수 있는 데다, 일단 발병하면 일상생활도 곤란하고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그레이브스병 환자를 초기에 선별 관리해 안병증이 발생하거나 임상적으로 악화되지 않는 데 일조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학의 목적은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있다. 치료와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유성훈 교수의 시선이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이유다. “모든 연구는 연구실이 아니라 환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진료실에서의 경험은 연구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죠.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제 연구도 멈추지 않고 진행될 겁니다.”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왔지만 여전히 내분비대사질환은 더 다양하게, 더 깊고 넓게 퍼져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환자 곁에 이토록 든든한 의료진이 있다는 사실이다. 습관과 더불어 질병과 인간을 고치고 나아가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겠노라는 유성훈 교수의 말이 왠지 믿음직하게 들렸다.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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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이별과의 전쟁, 급성 뇌질환] 중추성일까 말초성일까 어지럼증 진단의 첫걸음
누구나 한 번쯤은 차멀미를 하는 것처럼 공간이 빙빙 돌거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어지럼증은 매우 흔한 증상으로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질환의 하나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귀속에 있는 전정기관의 문제로 발생하지만 소뇌의 경색, 출혈 등 중추 신경계질환도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어지럼증은 그 원인에 따라 진단과 치료 등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에 대한 진단이 어지럼증 치료에 매우 중요하며, 말초성 어지럼증(전정기관의 이상), 중추성 어지럼증(신경계의 이상)을 구별하는 것은 어지럼증 진단의 첫걸음이다. 어지럼증이란? 어지럼증은 현대인이 겪는 흔한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76만3442명에 이르며, 어지럼증 환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어지럼증은 실제로 눈앞이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증에서부터 경미한 의식 저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지럽다’는 한 단어로 축약되기 때문에 정확한 증상 파악이 어렵고, 그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따라서 본인이 느끼는 어지럼증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는 현훈(회전성 어지럼)이라고 하며, 이는 내이의 전정기관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머리가 핑 돈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기절할 것 같다’라고 표현되는 전실신(presyncope)은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불균형감(Disequilibrium)은 ‘물체가 흔들린다’, ‘몸 중심잡기가 힘들다’, ‘비틀비틀 걷게 된다’라고 호소하며, 양측 전정기능이 소실되거나, 체성 감각이 떨어질 때, 혹은 소뇌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이밖에도 시각 자극과 관련되어 어지럼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어질한 증상’, ‘땅이 꺼지는 것 같다’는 형태로 표현된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회전성인가 혹은 비회전성인가,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가, 자발적으로 생기는가 아니면 유발되는가, 움직임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가와 같은 증상의 특성만으로도 말초성, 중추성 어지럼증을 감별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말초성 어지럼증 말초성 어지럼증은 귀, 엄밀히 내이에 존재하는 달팽이관과 인접한 세반고리관 또는 전정기관, 이들의 정보를 전달하는 전정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뜻한다. 대략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80%가량이 이러한 말초성 어지럼증 환자들이며, 보통은 이비인후과에서 진찰 및 치료를 받고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흔히 환자 자신과 주변이 함께 도는 느낌을 갖게 되는 현훈을 호소하거나, 뱃멀미를 하듯 땅이 아래위로 흔들린다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이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며, 머리의 움직임이나 체위 변환에 따라 어지럼증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오심과 구토, 이명, 청력소실 등이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질환들 ● 양성자세현훈(이석증) 가장 대표적인 말초성 어지럼증질환은 ‘양성자세현훈’으로 흔히 ‘이석증’이라고도 한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현훈이 특징적인 증상이며, 전정기관의 이석(耳石)이 세반고리관 내부로 들어가 머리가 움직일 때에 증상을 나타낸다. 양성자세현훈은 이석치환술을 통해 세반고리관 내부의 이석을 원래 자리로 이동시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 전정신경염 양성자세현훈 다음으로 빈도가 높은 말초성 어지럼증의 질환은 ‘전정신경염’이다. 갑자기 한쪽 귀의 전정기능이 손상되어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증상은 수일간 지속된다. 급성기에는 어지럼증이 매우 심하나 대부분 1~2주 내에 호전된다. ● 메니에르씨병 반복되는 어지럼증과 동시에 귀가 먹먹해지거나, 귀에서 ‘윙’ 소리가 나는 경우는 메니에르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는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 기관과 청력을 담당하는 달팽이관 내부의 림프액의 압력이 높아져서 발생할 수 있으며, 어지럼증이 반복되면서 청력 손상이 동반되므로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추성 어지럼증 소뇌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평형기관과 평형기관에서 오는 모든 정보를 통합하고 처리하는 기능을 한다. 평형기관과 소뇌는 신경계를 통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을 느낀다. 전정기관은 정상이지만, 결국 평형감각 및 회전감각 정보를 전달받고 통합하는 최종 목적지인 소뇌에 문제가 있는 경우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말초성 어지럼증에 비해 흔하진 않지만,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뇌혈관장애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시 심각한 후유증 또는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만으로는 말초성 어지럼증이 의심되더라도, 어지럼증의 경과가 비특이적인 경우는 중추성 어지럼증을 감별하기 위해 MRI, CT 등의 영상의학적 검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표1. 말초성 어지럼증과 중추성 어지럼증의 증상 비교 말초성 어지럼증 중추성 어지럼증 지속 시간 간헐적 지속적 회전 방향 일측성 다양한 방향 의식 소실 없다 드물다 자세불안 약간의 자세불안 호소 심한 자세불안 호소 뇌신경 증상 드물다 흔하다 귀증상(난청, 이명) 동반 드물다 회복 여부 빠른 회복 더딘 회복 어지럼증 증상 체크 리스트 1. 회전성 어지럼증 여부 확인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귀(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 어지럼증의 지속기간 말초성 원인의 어지럼증은 단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오랜기간 동안 어지럼증이 지속된다. 3. 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 무엇인가? 어지럼증과 동시에 나타나는 증상은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이명, 이충만감, 난청이 동반되는 경우는 전정기관의 문제로 어지럼증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어지럼증이 심한 두통, 안면마비, 감각이상, 연하 곤란, 구음장애 등의 뇌신경 관련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뇌경색, 뇌출혈 등 중추성 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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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에서 시작된 마네 가문의 비밀
1492년 신대륙 발견과 함께 유럽 대륙에 상륙한 전염병, 매독(syphilis). 샤를 8세 부터 니체, 슈만, 보들레르 등 다수의 역사 속 인물들이 이 병으로 고통받았다. 19세기 화가들에게 매독은 강렬한 창작욕과 함께 발작, 망상, 정신착란을 안겨 주었다. 그 한 가운데에 에두아르 마네가 있다. 삼각관계 그리고 출생의 비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는 시장 할아버지, 판사 아버지, 외교관의 딸인 어머니 아래 8대째 대대로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다. 법조계에 종사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마네는 해군 사관 학교 시험을 봤지만 떨어져 17세 때 남아메리카 항로의 선원 견습생이 되었다. 돌아온 그는 1849년 화실에 들어가 6년 이상 그림에 몰두한다. 1860년 마네가 그린 부모님의 초상은 우울한 가족의 단면이 잘 나타나 있다. 주먹을 쥐고 굳은 표정의 아버지 오귀스트는 매독으로 인한 마비 증세에 시달렸고, 뒤에 서 있는 어머니 역시 어둡고 불안한 표정이다. 초상화를 그릴 당시 아버지 오귀스트는 마네와 동생 외젠의 피아노 선생 수잔 렌호프(Suzanne Leenhoff)와 내연 관계였다. 1852년 ‘레옹’이라는 사생아를 출산한 렌호프는 초상화를 그릴 당시 마네와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동거를 했다. 비밀스러운 삼각관계는 아버지 오귀스트가 1862년 매독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아버지 사망 1년 뒤 마네와 렌호프는 결혼을 발표하고 레옹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마네는 레옹의 대부가 되었다. 대내외적으로는 아들 레옹의 출생 비밀을 숨긴 채 살다가 51세의 이른 나이에 매독에 걸려 사망한 마네. 꽤 긴 시간 매독에 의한 합병증으로 왼쪽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고통을 맞이한 그는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나서 오래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 혈기왕성하던 때에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 올랭피아처럼 당시의 기준으로 파격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황혼에는 막시밀리안의 처형,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등의 역작을 남기며 생을 마감했다. 현대 매독의 진행과 치료 방법 매독은 원래 서인도 제도의 지방병이었는데 콜럼버스 일행이 유럽에 전파한 뒤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되었다. 피부 또는 점막의 작은 상처를 통하여 감염되며, 성적 접촉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1939년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까지 약 500여 년간 수은 성분이 다량 함유된 매독 치료제를 사용했다. 당시 매독 환자들은 매독과 수은 중독이라는 이중고 속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매독은 진행 정도에 따라 4기로 구분된다. 감염 후 약 6주 뒤에 매독혈청 반응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데 신경계 매독은 다른 신경계질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정신이상의 진행성마비가 생기는데 나선균이 뇌를 광범위하게 파괴하기 때문이다. 척수의 동쪽기둥에 변성이 일어나면 등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근육공조가 안되며, 척수로 또는 운동실조증 등이 나타난다. 또한 정신분열증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매독균은 혈액 검사로 알 수 있다. 암시야 검사에서 매독균이 발견되거나 매독 혈청 검사에 양성반응이 나오면 진단이 가능하다. VDRL 검사는 위양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독의 가능성이 있으면 FTA-ABS나 TPHA 검사로 확진해야 한다. 매독에 걸리지 않으면 검사는 음성을 보인다. 그러나 검사가 음성이라도 감염되어 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매독에 감염되어도 약 4주 후가 되지 않으면 양성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진단하거나 시기를 기다려서 재검사를 해야 한다. 현재의 진단 방법으로는 초기 매독은 발병 후 치료를 하지 않아도 사라지는 경우가 있고 그 후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발견하는 것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현재까지도 항생제 중 페니실린이 가장 좋은 매독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페니실린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이 약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테트라사이, 에리스로마이신 등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약제의 효능은 1기, 2기, 잠복기, 3기, 임산부 매독, 선천성 매독 모두에 해당한다. 글. 이승욱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비뇨기과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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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고통의 끝판왕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배우 신동욱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미국과 유럽의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약 6~25명 정도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약 2~3배 정도 많고, 20~70대에 가장 흔하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은 없어 한번 걸리면 상당히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아야 한다. 2010년 군복무 중 돌연 자취를 감춘 배우가 있었다. 소울메이트, 구름계단, 쩐의 전쟁 등을 통해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의 이름은 신동욱이다. 언론을 통해 그가 희소병으로 의가사 제대했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입대 전 팬들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떠났던 그는 군대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것.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특별한 자극 없이도 팔이나 손가락 등의 환부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예리한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제대 후 신동욱 씨는 일체의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대중들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이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질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날로 커져 갔다. 얼마 전 방송 복귀를 선언한 그는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한때 바람만 불어도 칼에 베이는 것처럼 몸이 아팠다”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어떤 질환일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는 과거 작열통(causalgia)이나 반사성교감신경위축증(reflex sympathetic dystrophy) 등으로 불리던 질환이다. 1993년 세계통증연구학회(IASP)에서 증상, 진단 기준, 병태생리적 기전이나 치료법 등에 대한 회의를 개최하였고 이러한 증상과 징후를 가진 질환군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고 명명하였다.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징후를 호소하는데 극심한 통증을 포함하여 국소적 피부색과 온도의 변화, 부종과 같은 자율신경계 징후들, 피부나 손발톱의 이영양성 징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는 장기간 동안 병에 걸린 사지를 고정하거나 사용을 하지 않는 경우, 흡연, 유적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예리하고 깊은 고통이 특징, 치료 시작 빠를수록 좋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은 매우 다양하고 그 정도도 각각 달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피부색의 변화, 화끈거리는 통증, 운동 범위의 감소, 부종, 피부 온도의 비대칭, 쇠약, 지각과민, 땀 분비 변화, 감각 저하, 피부 변화, 떨림, 손발톱의 변화, 근육 긴장 이상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러한 증상은 몸의 여러 부위에서 발병할 수 있는데 대개 손, 발 등의 사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인접 부위로 확산되고, 드물지만 반대편으로 확산하는 거울형 확산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고 가장 문제가 되는 증상인 통증은 특징적으로 예리하고(sharp), 깊고(deep), 예민하고 차거나 뜨겁다고 표현한다. 진단 기준 1994년 세계통증연구학회에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진단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몇 번의 개정과 수정 작업을 거쳐 현재는 2010년 발표된 부다페스트 진단 기준을 사용하여 진단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자발통이나 통각과민 등의 감각 이상, 혈관의 확장, 수축이나 피부 온도, 피부색의 변화를 포함한 혈관운동 이상, 부종이나 발한 이상, 마지막으로 운동 또는 이영양성 변화를 포함한 4개의 큰 범주로 나누어 이중 3범주 이상에서 각각 1개 이상의 증상과 2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개 이상의 징후가 있어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검사 소견 환자의 증상이나 징후들을 제외하고 보다 객관적인 검사를 진행하는데 단순방사선 소견에뼈의 광물제거 소견(demineralization)이 보이거나 MRI에서 연부조직의 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다. 좀 더 유용한 검사로 3상 골스캔으로 지연기(delayed phase)에서 혈류분포의 변화를 확인하거나 피부 온도 차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체열촬영을 할 수 있고 이밖에도 정량적 자율신경검사나 정량적 감각검사 등을 시행해 볼 수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치료 치료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여 기능적인 원상 회복을 시키는 것으로, 적극적이고 다학제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되거나 확증된 치료 방법이 거의 없으므로 중재적 통증치료법뿐만 아니라 복합처방에 의한 약물치료, 물리치료, 지지정신요법을 포함한 심리학적 치료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예후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할 수 있지만 증상이나 징후가 서서히 진행되거나 매우 심한 경우,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져서 적극적 치료를 시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만성적으로 진행하여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들이나 재활을 통해 증상이 해소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많은 보고가 있으므로 희망을 품고 적극적인 치료와 긍정적인 삶의 자세로 임한다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심재항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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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께 보내는 편지
오랜 치료의 여정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기에 해당하는 악성 임파종 진단을 받았을 때는 온몸에 기운이 없어 그저 막막했다는 조영례 님. 하지만 이내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되찾고 꿋꿋하게 항암 치료를 받았다. 최정혜 교수의 섬세한 치료 계획과 정확한 설명은 불안을 떨치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 힘이었다. 최정혜 교수님께 교수님을 처음 뵌 지도 벌써 3년이 넘어갑니다. 2014년 6월 즈음이었던가요? 저에게 2014년은 십년감수한 해이기도 하고, 전화위복의 해이기도 합니다. 그해 봄에 허리수술을 받고 계속 속이 안 좋아서 그 원인을 찾고 싶은 마음에 복부 초음파를 받았었죠. 그곳에서 ‘췌장에 혹이 있다’며 얼른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는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습니다. 혹시 췌장암은 아닌지 저도 가족들도 참 많이 걱정했지요. 조직검사를 할 부위를 찾고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참 길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제 병이 무엇인지 바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더군요. 알고 보니 악성 임파종이었습니다. 그것도 4기, 위중한 상태였죠. 하지만 최정혜 교수님을 만나면서 저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교수님을 보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졌어요. 제가 궁금한 것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설명을 더해주시는 교수님의 모습은 더욱 신뢰가 갔습니다. 3개월간의 항암 치료 기간 동안 교수님의 지혜로운 판단이 없었다면, 저는 더욱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회복한 모습으로 고향에 가니 동네 사람들이 기뻐하며 새 옷을 사주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다시 태어난 셈이지요. 이후로 3년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사하고 있는데, 재발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랜 치료의 여정에 함께해주신 최정혜 교수님,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조영례 드림 조영례 님께 소화기내과에서 진단을 받고 혈액내과로 전과된 이후, 처음 뵈었을 때만 해도 조영례 님은 많은 병과 싸우고 계셨지요. 횡격막 기준으로 배와 목, 골수까지 임파종이 퍼져 있어 사실 치료를 하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암은 크게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나뉘는데, 임파종은 혈액암의 일종입니다. 게다가 임파종 내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어 진단에 따라 치료 방법도 천차만별로 달라지니, 치료 계획을 더욱 꼼꼼하게 세워야 했습니다. 항암 치료는 암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지만, 치료를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거나 감염에 취약하게 되는 등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긴장 상태에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흔 중반의 조영례 님은 체력적으로도 아주 힘드셨을 겁니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모든 치료를 소화하시고 이겨내셨어요. 악성임파종은 치료를 마쳐도 깨끗하게 사라지는 경우가 드물고 재발도 흔한데, 감사하게도 조영례 님은 현재까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전남 장성에서 이곳 경기도 구리까지 오는 거리도 상당한데, 그 먼 여정을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씩씩하게 다니시니 치료 과정에 함께한 제가 더 감사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면역력이 약한 상태니 독감에 걸리지 않게 올겨울을 앞두고는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 접종도 잊지 말고 받으세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곁에서 돕겠습니다. 최정혜 드림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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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강강좌] 암환자의 상담시간, 담당의사와의 조율시간
한정된 진료시간, 효율적으로 질문하기 우리나라의 연간 암발생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수명(남자 77세, 여자 84세)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에서 암 발생 가능성이 있다. 암의 진단과 치료방법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 발생 및 사망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이다 보니 암 환자의 진료시간은 촌각을 다툴 정도는 아니어도 자연스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담당의사는 상세하게 설명하지만 최선의 치료방법에 관해서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 틈틈이 메모해서 진료받을 때 문의하여 담당의사로부터 정확한 답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암에 대해 환자 본인이 관심을 두고 사전 조사 및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암진단명, 병기, 예후, 치료목적, 치료방법과 차선의 다른 치료방법, 각 치료방법의 과정, 장단점을 파악하여 구체적으로 담당의사에게 물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한 과정, 부작용, 기대효과와 장단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치료를 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치료법인지 가능한 비급여 치료법은 있는지도 물어볼 수 있다. 여러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치료비나 약제비 일부를 상황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치료비가 부담된다면 담당의사에게 경제적 지원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할 수 있다. Point.1 내 암에 대해서 공부하고 질문할 것들을 미리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 암 치료는 의사와 환자가 협력하여 극복하는 과정 완치가 어려운 암의 경우, 선제적 치료를 받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임상연구 참여 제안을 받는다면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게 좋다. 보통은 담당의사가 임상연구 참여를 먼저 설명하게 되지만, 환자가 먼저 문의할 수도 있다. 참여 가능한 임상연구는 병원마다 다르고, 같은 병원 내에서도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온라인 의약도서관(drug.mfds.go.kr)’에서 검색 가능하다. 만약 암이 악화되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면, 임종 과정에 대해 담당의사가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먼저 상담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통해 암환자가 말기 암상태가 되었을 때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환자의 뜻에 따라 최선의 돌봄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편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암의 치료는 의사나 환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의논하고 협력하여 극복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담당의사에게 질문하고 상의하여 최선의 치료를 받으시기를 바란다. Point.2 임상연구의 참여여부와 임종과정의 준비는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 후 결정할 수 있다. 원영웅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혈액종양내과 본 원고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이 지난 5월 12일 진행한 건강강좌의 내용입니다. 한양대학교의료원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건강강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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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사랑이 낳은 위대한 예술의 세계 - 뇌전증
한때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Epilepsy)은 2천년 전 히포크라테스 전집(Corpus Hippocraticum)에 언급될 만큼 오래 알려진 질환이다.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과거에는 ‘신의 형벌’, 또는 ‘악령의 저주를 받은 병’이라는 오해도 많았다. 유명한 위인 중에도 뇌전증을 앓았던 이들이 여럿 있는데 20세기의 독창적인 화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르크 샤갈도 그중에 하나였다. 글. 최호진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작품 세계의 큰 원동력이 된 부인의 사랑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1887년 7월 7일 벨라루스공화국의 비테프스크에서 유대인부부의 아홉 자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샤갈은 화가로서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격려해준어머니 덕분에 비록 가난했지만, 미술을 공부하며 비교적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초창기에는 러시아의 성화와 민속예술의 성향을 뚜렷하게 보여주었고 이후 스승 레옹 바크스트의 권유로 파리로 이주하며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얻게 된다. 파리에 머문 이 시기에 야수주의, 입체주의, 오르피즘 등 새로운 작업방식에 영향을 받아 환상적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지배적인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냈다. 이때의 영향으로 프랑스식 이름인 ‘마르크 샤갈’로 개명했다. 샤갈의 작품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첫 번째 부인이었던 벨라 로젠벨트이다. 두 사람은 첫 눈에 서로 반해 결혼한 운명의 상대였다. 내성적인 성격에 말을 더듬고 종종 뇌전증 발작까지 일으켰던 샤갈이었지만 벨라는 편견 없이 그의 예술세계를 존중하고 이해했으며 보살펴 주었다. 벨라는 별명이 ‘침묵 공주’일정도로 평소에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었지만 샤갈의 작품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샤갈은 늘 벨라의 의견에 귀 기울였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을 다수 남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대표작인 ‘마을 위’, ‘에펠탑의 부부’에서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던 샤갈에게 2차 세계 대전은 큰 시련을 안겨준다. 나치 점령하에 있던 파리에서 유대인이었던 샤갈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고 결국 벨라와 함께 뉴욕으로 도피하게 된다.미국에서 그는 유럽에서 망명해온 다른 미술가들과 함께 작품을전시했고, 무대장치 디자인도 하면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가지만 벨라와 함께 늘 파리를 그리워했다. 1944년 9월 아내 벨라가 갑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하자 샤갈은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의 그림 세계의 여신이며 인생의 동반자인 벨라를잃고 절망에 빠진 샤갈은 9개월간 붓을 들지 못했다. 그의 심정을잘 표현한 그림이 ‘과거에의 경의’이다. 푸른색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상심에 겨운 샤갈의 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 독창적인 작품으로 승화한 뇌전증의 환시 좌절에 빠진 샤갈을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딸 이다(Ida)이다. 딸의 소개로 버지니아 해거드라는 젊은 여인을 만나기도 하고, 1952년에는 역시 딸의 소개로 만난 발렌티나(바바) 브로드스키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샤갈은 새로운 여인들과의 인연으로 작품활동에 새로운 활력을 얻었지만, 늘 벨라를 언급하고 그리워했다. 샤갈은 197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을 받았고, 생존화가로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이 걸리는 영광을 지켜봤다. 그는 생애 마지막 20년간 남프랑스의 생 폴드 방스에서 살았고, 1985년 97세의 나이로 그곳에서 사망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작품활동을 하면서 현대 미술의 여러 사조를 접했지만, 어느 한 유파에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낸 샤갈은 화려한 색채로 시적인 호소력을 담아 상징적이고 미학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그의 몽환적인 그림들은 초현실주의의 시작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작품이 비이성적인 꿈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의 추억들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 샤갈의 작품과 이에 대한 샤갈 본인의 설명, 그리고 그가 뇌전증 환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뇌전증 발작의 전조 증상으로 종종 나타날 수 있는 환시가 그의 작품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환시를 겪는 많은 뇌전증 환자들이 공포감 혹은 다시 겪기 싫은 불쾌감을 호소하지만 샤갈은 벨라와의 사랑 덕분에 이를 한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였던 샤갈에 대해서 편견 없는 사랑을 베풀었던 벨라 덕분에 우리는 샤갈의 수많은 위대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뇌전증 환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일부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이나 직장 생활이 가능해졌다. 우리 사회도 근거 없는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해와 사랑을 베풀어 뇌전증 환자들이 불편함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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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찾아오는 중독] - 신장내과에서 치료하는 급성 중독의 사례들
대개 독성 물질을 음독한 환자는 응급의학과에서 주로 담당하여 진료한다. 하지만 급성 중독 물질 중에서 혈액투석으로 제거할 수 있거나, 중독 물질이 고음이온차 대사성산증을 일으키는 경우 신장내과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응급실에서부터 응급의학과와 함께 진료하게 된다. 신장내과에서 치료하는 중독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글. 이주학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장내과 파라쿼트 중독 파라쿼트는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지만, 외국의 몇몇 나라에서는 판매 및 유통이 금지된 ‘농약’ 성분 중에 하나이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인근은 경기도 동북부의 농촌 지역이 형성되어 있어, 1년에 평균 1~2명의 파라쿼트 중독 환자를 만나게 된다. 이 환자들은 대부분 자살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파라쿼트는 10cc만 음독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고, 그 증기를 흡입만 해도 폐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파라쿼트 중독의 대표적인 손상 장기는 폐와 신장으로 환자가 파라쿼트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의료진은 모두 N9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료를 해야 한다. 환자의 파라쿼트 음독 사실을 모를 경우에는 보호자로 하여금 농약병을 가져오게 하여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 파라쿼트 중독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임상 양상은 입 주위가 파랗게 변하는 것이다. 음독 후 2~4시간이면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사용하는 혈액투석 필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필터와는 다르게 혈액에서 파라쿼트를 제거하는 용도의 ‘흡착’을 위한 특수한 필터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대부분의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초기 치료가 잘 되어 신장기능이나 전신상태가 양호하더라도 폐섬유화증이 진행하여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서 있었던 증례로 중년 여성이 자살 목적으로 파라쿼트를 음독하여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족들이 가져온 농약병으로 성분을 파악하고 위세척을 위한 기도 삽관 및 각종 수액치료 그리고 응급혈액투석을 위한 도관삽입을 하고 혈액투석을 시행하였다. 환자의 상태가 다행히도 안정적이어서 기도 삽관을 제거했는데 환자가 “실은 가족들 앞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깨끗하게 씻은 파라쿼트병에 물을 넣어서 마셨다”고 울며 고백했다. 치료받는 게 너무 힘들고 무섭다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파라쿼트를 소량 음독해도 치명적인 중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였다. 메탄올 중독 메탄올은 에탄올인 술과 화학적으로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으나, 음독하였을 경우 간에서 대사되어 나오는 부산물이 에탄올과는 다르게 강력한 독성을 지닌다. 즉, 메탄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메탄올이 간에서 분해되면서 나오는 부산물이 혈중에서 아주 강력한 독성 작용을 일으켜 실명, 신부전, 대사성 산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메탄올은 우리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보통 유리 세정제의 주성분이다. 흔히 파란색의 액체로 자동차 와이퍼 세정액이나 가정 혹은 학교에서 유리창을 닦을 때 사용하는 분무식 용기에 담겨 있다. 주로 자살 목적 혹은 음료수로 착각하여 음독하는 경우가 많다. 음독 시에 구강에서부터 빠르게 흡수되어 간에서 분해가 되는데 치료에 있어 역설적인 것은 ‘술(에탄올)’을 환자에게 먹이는 방법을 임상에서 시행한다. 그 이유는 술(에탄올)이 메탄올과 간에서 경쟁적으로 분해되고 메탄올이 덜 분해되게 만들어 그 부산물의 양은 적게, 속도는 천천히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투석 치료를 통해 신부전이나 대사성 산증을 교정한다. 메탄올의 경우 음독한 용량에 따라서 치사율이 결정된다. 신장내과에서 실시하는 치료법 혈액투석 :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요법.반투과성으로된 필터에 통과시켜 혈액 내 약물 제거. 혈액관류 :환자의 혈중 약물 및 독소를 제거하는 요법. 혈액투석으로 제거하기 힘든 물질을 위주로 적용됨. 출처 :MSDmanuals 에틸렌글리콜 중독 에틸렌글리콜은 메탄올과 비슷한 독성작용을 나타내며 치료도 비슷하다. 에틸렌글리콜 음독 시에는 역시 구강에서부터 흡수가 진행되나, 치료에 있어서는 메탄올 중독의 경우처럼 ‘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에틸렌글리콜 중독은 자살 목적이 아닌 물이나 음료수로 착각하여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분들이 컵에 들어 있거나 음료수병에 들어 있는 부동액(에틸렌글리콜)을 음료수와 착각하여 음독하는 경우가 많다. 메탄올 중독과 비슷하게 신부전 및 대사성 산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혈액 투석 치료를 한다. 아스피린 중독 아스피린 중독은 소아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미국에서 연간 20,0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 서비스의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진통제, 해열제 정도는 집안에 언제든지 구비해두고 있다. 따라서 소아들이 부모 모르게 과량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아스피린 중독도 과량 복용 시에 신부전 및 대사성 산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독성 물질의 중독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 및 보호자는 환자가 어떤 물질을 음독했을지 알 수 있는 병이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성 물질은 어렵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흔하게 있는 액체나 약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아가 접근할 수 없어야 하고, 절대로 먹을 수 없는 물질을 음료수통이나 컵에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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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마음으로 ‘위기 속 두 생명’ 지킨다. 류기영 산부인과 교수
무섭게 출혈하던 산모가 건강한 모습으로 새 생명을 안고 퇴원할 때면 ‘이 맛에 의사 하지!’ 라는 생각에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의사. 산모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용한 의사’라는 소문도, 사실이다. 그 어떤 생명도 포기하지 않는 류기영 교수의 남다른 집념 덕분에 지금 이 시각에도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은 새로운 에너지를 잉태하고 있다. 글. 윤진아 사진. 이승헌 태교신기(胎敎新記)로부터 비롯된 숭고한 운명 “내과계와 외과계 학문이 미묘하게 결합된 산부인과에 매력을 느껴 고민 없이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태교신기(胎敎新記)’의 저자인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가 바로 저희 집안 할머니에요. 우리나라 최초의 태교서로 알려진 태교신기는 ‘자식의 기질과 병은 부모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을 태교의 이치로 밝히기도 했죠. 생명의 탄생을 도우며 보람을 느낄 때마다 ‘정말로 조상님이 시키신 일인가?’라는 생각도 한다니까요.(웃음)” 조산, 고위험 임신 분야 명의로 꼽히는 류기영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과 의과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다. 美 텍사스주립대학 연구과정, 관동의대 명지병원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을 거쳐 조기진통 및 조산, 고위험 임신, 태아 이상 진단 및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산과 전문의다. 1995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로 근무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산부인과 의사가 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류 교수가 돌봐온 산모 중에는 사망한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본인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하지만, 류기영 교수의 행보를 지켜봐 온 사람들은 ‘남다른 열정이 낳은 정직한 결과’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병원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 속에선 산모와 아기가 행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류기영 교수는 평소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실제로 류 교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환자를 연구하고, 환자들의 사소한 증상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용한 의사’가 됐다. “2년 전쯤 심장이 정지된 채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가 있었어요. 35세의 고위험군 산모였는데,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태 였지만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위험천만한 상태여서 응급실에 수술 세팅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수술했습니다. 다행히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환자는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다. 엄마의 심장이 멎었던 터라 뱃속 아기는 안타깝게도 사망했지만, 사랑하는 큰딸과 남편 곁에서 소중한 엄마이자 아내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탄생의 순간이라는 게 시간을 정해놓고 이뤄지지 않는 만큼, 산부인과는 응급환자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곳입니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됐을 때, 과다출혈로 급히 전원 온 산모가 기억나는데요. 산후출혈은 산모 사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죠. 특히 35세 이상 고위험 임신부의 경우 위험이 2배 이상 높은데, 산모를 구하더라도 자궁을 적출하는 사례가 많아 산과 의사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케이스입니다. 당시 생사를 오가는 산모를 구하기 위해 산부인과 배종운 교수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 과 의료진이 일사불란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며칠 뒤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어요. 그 산모를 우리 병원으로 보낸 개원의 원장님이 걱정된 나머지 몇 차례나 찾아와 환자 상태를 보고 가셨는데, 이후 위급상황이 생길 때마다 1순위로 우리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극복하려면 산모와 태아부터 잘 돌봐야죠! 류기영 교수가 태아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검진과정은 정밀하고 신중하다. 진단에 따른 태아 치료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지난 6월에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 대강당에서 ‘제1회 지역병원 대상 주산기 강좌’도 진행했다. 이날 강좌는 지역 내 산부인과 분만·신생아실 의료진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생아 소생술’을 주제로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의 발 빠른 대처를 이끌었다. 잠 잘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이지만, ‘사랑의 실천자’ 라는 사명이 더없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이건 제가 다른 병원에 있을 때의 사례인데, 몸무게 700g이 채 안 되는 조산아의 부모에게 ‘아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카운슬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이 그 아기를 정말이지 온 힘을 다해, 헌신적으로 살린 거예요. 1년쯤 뒤에 부모가 아기를 데리고 찾아와 ‘많이 자랐죠?’라며 감사인사를 하는데, 새삼 생명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느꼈지요. 그 후로 저는 설령 500g도 안 되는 조산아일지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며칠 전에도 855g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아기를 믿고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이 서포트해준 덕분이죠.”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이라는 완벽한 시스템과 김창렬 교수, 강하나 교수, 배종운 교수 등 출중한 의료진이 있어 든든하 다는 말에 힘이 실렸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임신 37주 미만의 미숙아나 출생체중 2.5kg 미만의 저체중아 등을 집중치료할 수 있는 신생아 전용 중환자실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선정된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은 올해 1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개소, 경기도 지역 미숙아 치료 및 신생아 의료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제는 요람 아닌 ‘자궁’에서! 류기영 교수는 사회복지 용어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도 이제는 “산모의 자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다들 걱정하는데, 저출산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회문제입니다.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출산만 장려하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더욱 낳는 아이를 건강하게 하고 유산을 방지하는 게 시급합니다. 경기도는 출생아 수와 산모 사망자가 많은 데 비해 병상과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해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는 집중 관리가 필요한데, 인프라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사례도 많고요. 분만 취약지에서 병원 간 연계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응급상황에 대처 할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임신에서 출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산모와 태아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겠습니다.”
2017-09-01